"만약 미 국방부가 다시 '전쟁부'로 불린다면?"
2025년 현재,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가장 유력한 국방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피트 헤그세스(Pete Hegseth)가 던진 이 화두는 단순한 말장난이 아닙니다. 그의 '워리어 문화(Warrior Culture)'는 구호 그 이상, 미군 전체를 뿌리부터 뒤흔들 거대한 변화의 서막을 예고하고 있죠. 저도 처음엔 그저 극단적인 주장이라고 생각했는데, 그의 저서와 발언들을 깊이 파고들어 보니 생각보다 훨씬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이라 놀랐습니다.
이 변화는 단순히 미군 내부의 인사 정책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바다 건너 우리, 한미동맹의 미래와 주한미군의 역할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중대한 사안입니다. 이 글 하나로, 지금 워싱턴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인 피트 헤그세스의 '워리어 문화'가 무엇인지, 어떤 논란이 있는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우리에게 미칠 영향'은 무엇일지 완벽하게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전사'만 남긴다: 피트 헤그세스의 '워리어 문화'란 무엇인가?
헤그세스가 말하는 '워리어 문화'의 핵심은 간단합니다. 바로 군대의 존재 이유, 즉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자는 겁니다. 너무 당연한 말처럼 들리시나요? 하지만 그는 지난 수십 년간 미군이 본질에서 벗어나 있었다고 강하게 비판합니다.
'Woke'와의 전쟁 선포
그가 가장 먼저 칼을 겨누는 것은 바로 미군 내에 확산된 'Woke 문화', 즉 다양성(DEI), 형평성, 포용성을 강조하는 기조와 정치적 올바름(PC)입니다. 헤그세스는 이런 요소들이 군대의 전투력을 갉아먹는 '정치적 실험'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궁금해서 최근 미군 관련 정책 보고서들을 찾아보니, 실제로 바이든 행정부 들어 DEI 관련 예산과 프로그램이 크게 확대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헤그세스는 바로 이 지점을 문제 삼으며, "군대는 사회적 약자를 포용하는 곳이 아니라, 국가의 적을 파괴하는 조직"이라는 점을 분명히 합니다.
'전사 정신(Warrior Ethos)'의 부활
그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이 바로 '전사 정신(Warrior Ethos)'의 부활입니다. 이는 개인의 인종, 성별, 배경이 아닌 오직 전투 능력과 승리에 대한 의지만을 유일한 가치로 삼는 펜타곤 개혁을 의미합니다. 그는 자신의 저서 'In the Arena'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사회 복지사가 아니라 전사(Warrior)를 원한다. 펜타곤은 다시 미국의 적들을 죽이고 전쟁에서 승리하는 일에만 집중해야 한다."
이처럼 그의 철학은 명확합니다. 군대를 사회의 축소판이 아닌, 오직 승리라는 단일 목표를 위해 존재하는 전문가 집단으로 되돌려 놓겠다는 것이죠.
워리어 문화를 위한 3대 핵심 정책 변화
그렇다면 이 '워리어 문화'는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 변화로 이어질까요? 현재까지 거론되는 가장 핵심적인 3가지 변화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논란의 중심,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정책 전면 폐지
가장 즉각적이고 파급력이 큰 변화입니다. 헤그세스는 DEI 정책이 능력주의를 훼손하고, 군 내부의 불필요한 갈등을 조장하며, 전투 준비 태세를 약화시킨다고 주장합니다. 만약 그가 국방장관이 된다면, 미군 내 모든 DEI 관련 부서와 프로그램은 전면 폐지되거나 축소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는 곧 인종, 성별 기반의 모병 할당제나 진급 우대 정책이 사라지고, 오직 실력과 전투 능력만이 유일한 평가 기준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2. '뚱뚱한 군인'은 없다: 성 중립적 체력 기준으로의 회귀
헤그세스는 현재 성별에 따라 차등을 두는 미군 체력 기준이 전투력을 약화시킨다고 비판하며, 모든 전투병에게 동일한 '성 중립적 체력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적의 총알은 성별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논리죠. 실제로 2025년 현재 미 육군의 전투 체력 테스트(ACFT)는 성별과 연령에 따라 기준이 다른데, 이를 단일 기준으로 통일하려는 움직임은 전투병과를 희망하는 여군들에게는 상당한 장벽이 될 수 있습니다.
3. 국방부(Department of Defense)에서 전쟁부(Department of War)로?
가장 상징적인 변화입니다. 미 국방부는 1947년까지 '전쟁부(Department of War)'로 불렸습니다. 헤그세스는 '국방(Defense)'이라는 단어가 수동적이고 방어적인 인식을 심어준다며, 군의 본질을 되찾기 위해 명칭을 다시 '전쟁부'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단순히 이름만 바꾸는 것을 넘어, 조직의 정체성과 임무를 '전쟁 수행'으로 명확히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입니다.
빛과 그림자: 워리어 문화가 초래할 비판과 문제점
물론 이러한 급진적인 변화에는 거센 비판과 우려가 뒤따릅니다. 전투력 강화라는 명분 뒤에 가려진 그림자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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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리워 문화의 기대효과 및 예상되는 문제점 |
'유리천장' 더 견고해지나? 미군 여군 정책의 후퇴 가능성
가장 큰 우려는 DEI 폐지와 전투 중심 문화가 미군 여군 정책을 후퇴시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2025년 현재 미군 내 여성 비율은 약 17%에 달하며, 모든 전투병과가 여성에게 개방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강력한 성 중립 체력 기준과 '전사'를 강조하는 문화는 여성들의 전투병과 진입과 승진에 보이지 않는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기회의 불평등을 넘어, 미군 전체의 인재풀을 스스로 좁히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비판에 직면합니다.
내부 비판은 어디로? 지휘관 권한 강화와 내부고발 시스템
'워리어 문화'는 상명하복과 지휘관의 권한을 절대적으로 강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전투 상황에서는 효율적일 수 있지만, 평시에는 내부 소통을 막고 부조리를 은폐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습니다. 특히 내부고발 시스템을 약화시키고 지휘관의 결정을 최우선시하는 문화는 조직의 건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모병 대란의 또 다른 원인이 될까?
현재 미군은 심각한 모병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워리어 문화'가 오히려 특정 집단(여성, 소수 인종 등)의 입대를 저해하여 모병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군이 사회의 다양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특정 가치만을 강요할 때, 과연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이 군문을 두드리려 할지는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그래서,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은?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의 미래)
이 모든 변화는 결국 '그래서 우리에게는 어떤 영향이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됩니다.
더 공격적인 주한미군? 작전 태세의 변화 가능성
헤그세스와 트럼프가 강조하는 '평화를 통한 힘(Peace through Strength)' 기조는 주한미군의 작전 태세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방어적 훈련보다는 실질적인 위협에 대응하는 공격적인 훈련의 강도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이는 대북 억제력을 강화하는 긍정적 측면도 있겠지만, 동시에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요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최근 브루킹스 연구소 보고서에서도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군사 정책이 동아시아에서 예측 불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동맹 관계의 재정립: '전사'는 '전사'를 원한다
'워리어 문화'는 동맹국에게도 더 높은 수준의 군사적 기여와 전투 준비 태세를 요구할 것입니다. "스스로를 지킬 의지가 없는 동맹은 보호할 수 없다"는 논리가 더욱 강화될 수 있죠. 이는 한국에게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를 넘어, 더 실질적이고 가시적인 군사적 역할 확대를 압박하는 형태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한미동맹이 단순한 혈맹 관계를 넘어, 서로의 '전투력'을 끊임없이 증명해야 하는 관계로 재정립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결론: 새로운 미군의 탄생,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정리하자면, 피트 헤그세스가 추진하는 미군의 '워리어 문화'는 전투력 극대화를 목표로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여군 및 소수자 정책 후퇴, 외부적으로는 한미동맹의 성격 변화까지 야기할 수 있는 강력한 '양날의 검'입니다.
이는 더 이상 남의 나라 군대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 안보의 핵심 축인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거대한 변화의 시작점일 수 있습니다. 이 거대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한국의 안보 전략은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요?